내가 생각해도 나 쫄보 맞는 것 같아. 너무 민망해서 남들한텐 말 못하겠고 너한테만 말해주려고 펜 들어서 편지 쓰는거야. 글로 쓰면 덜 부끄럽겠지...?
너가 잠시라도 미소 짓길 바라며, 내 멋짐을 포기하고 말해줄게.
어느 때와 같이 책방을 보고 있었는데, 문득 따뜻한 차 한 잔이 생각이 나더라고.
그래서 읽던 책을 잠시 두고 차를 끓이러 갔었어. 차랑 같이 먹을 간식을 찾아서 돌아왔는데, 처음 보는 페이지가 펼쳐져 있는거야. 처음에는 손님이 왔다 가셨나 했는데, 문에 할머니가 달아두신 프랑스산 종소리도 안 들렸으니,
손님이 왔다 갔을리는 없고. 미야가 넘겼나 생각했는데, 미야는 아침 먹고 산책하러 나갔단 말이야. 책이 너무 가지런히 펼쳐져 있어서 너 여기 있는거 다 알아 빨리 나와! 라고 소리 지르면서, 일부러 큰 소리나게 서랍장이란 서랍장은 다 열고 닫았거든 고개 드니깐..
창문이 살짝 열려 있더라.
살짝 열린 창문 사이로. 바람이 들어왔었나 봐. 나도 바람처럼 책을 읽을 수 있다면, 금방 다 읽었을 텐데. 예전에는 바람에 책장이 넘어가도 별생각이 안 들었는데, 오늘은 문득 생각해보니 책 잘 읽는 바람이 질투 나더라. 나 대신 잘난 바람이 책을 다 읽었겠지라고 생각이 들어서 책을 그냥 덮어두었어. 마을에 온 뒤로 이런 여유가 참 좋아. 원하는 만큼 읽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생각을 하고, 세상의 이야기가 아닌 나의 이야기를 돌아보면서 나의 하루를 마무리하고. 사람이 많은 도시에서는 원치 않아도 해야 하는 일들이 너무 많고,
바람처럼 잘난 사람들 때문에, 내 소중한 사람들 생각도 안나고
혼자 있더라도 너무 많은 이야기를 들어야 하잖아. 언젠가 여유가 된다면 너를 꼭 한번 초대하고 싶어. 요즘 조용한 거에 익숙해졌지만, 너 이야기는 늘 궁금해. 물론 바빠서 힘들겠지만, 꼭 오진 않아도 괜찮아. 어디에 있든 우린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 응원하고 있으니깐. 듣고나니깐 어때? 그렇게 막 쫄보같진 않지? 너도 이런 가볍지만 말 못할 부끄러운 이야기가 있으면 언제든 적어줘. 기대하고 있을게, 안녕! ps. 바람 생각하니 이 노래가 떠오르더라! 바람아(feat 빈지노) - 김예림 이야. 가볍지만 주변에 말 못했던 부끄러운 이야기가 있나요. 밑의 사연 및 피드백 보내기에서 털어놓으세요. 리릭은 매주 수요일 6시 30분에 발송됩니다. 리릭이 마음에 드셨다면, 친구들에게 추천해주세요 (아래 구독하기 링크를 친구들에게 보내면 쉽게 추천할 수 있어요) 그리고, 답장은 언제나 환영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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