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야. 요새 날이 많이 춥다. 따뜻하게 잘 입고 다니고 있지?
얼마 전에 여기는 눈이 왔었어. 올해 첫눈은 아니지만 눈이 내리는 걸 내가 직접 본 건 이번이 처음이라 나에겐 첫눈이야. 나는 눈 오는 날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너는 어때?
눈이 오면 혼자 있는 느낌이 좀 들거든. 소리도 없이 내리는 눈은 사실 주변의 소리를 머금고 떨어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아이들 하교할 때 들리던 발소리, 청년회장님이 여기저기 말 붙이고 다니는 소리, 이장님 트럭 소리. 모두 눈에 가려져 들리지 않게 되면 세상에 나 혼자만 남은 느낌이야. 나를 찾는 사람이 없는 것 같은. 그럴 때엔 꼭 책방에 손님들도 안 오시더라. 눈사람도 만들어봤지. 근데 어릴 적에 신나서 만들던 눈사람과는 또 다르더라. 다음날 금방 사라지는 눈사람을 보면서 사실 눈사람을 만드는 게 즐거웠던 건 친구들과 함께 해서였나라는 생각이 들었어. 좋았던 기억이 점점 변하는 것 같아서 눈사람 만드는 건 그만뒀어. 그렇지 않아도 변하는 게 많은데 눈은 더 금방 변해서 안 좋아하게 되나 봐. 아이러니하게도 눈 오는 걸 좋아하지 않지만, 난 '눈이 온다'는 말을 좋아해. 그런 말을 들으면 눈 사이에 혼자 있는 나를 꺼내주는 것 같거든. 그래서 눈이 온다는 말을 듣길 기다리게 되는 것 같아. 별 이야기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소한 눈을 보고 연락을 해줬다는 마음에 조금 따뜻해지니까. '눈이 와요'라는 말이 너무 유정하다는 말이 정말 맞는 것 같아. 특히 나는 눈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으니까 항상 눈이 올 때마다 남들과는 다른 감상 속에 있어서 더 혼자가 된 것 같았거든. 그런 나에게 눈이 온다는 말은 눈 사이에 혼자 있는 것이 아니라 함께 눈을 맞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 작년에는 집에 있는데 할머니가 눈이 온다고 얘기해 주셔서 밖에 나가봤더니 눈이 내리고 있더라. 어쩌면 눈을 내리는 건 하늘이 아니라 눈이 온다고 먼저 말을 건네준 사람이 아닐까 생각이 들면서 이전보다는 조금 눈이 좋아졌었어.
이번 겨울에 눈이 얼마나 올지 모르겠다. 나처럼 눈을 안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 그래서 다음번 눈이 올 때엔 조심스럽게 주변 사람들에게 눈이 온다고 얘기를 해볼 생각이야. 할머니가 나에게 해 주신 것처럼. 나도 눈 사이에 혼자 있는 건 싫으니까. 너도 시간이 된다면 눈이 올 때 나에게 살짝 말해줘. 함께 눈을 맞자.
감기 조심하고 항상 꼭 껴입고 다녀야해. 목 따뜻하게 잘 감싸고 나가. 안녕. ps. 내가 좋아하는 노래인데 요즘 같은 겨울에 잘 어울리는 노래라 너도 들어봤으면 해. '눈이 와요' 처럼 당신에게 유정한 말은 무엇인가요? 아래의 사연 및 피드백 보내기에서 들려주세요. 리릭은 매주 수요일 6시 30분에 발송됩니다. 리릭이 마음에 드셨다면, 친구들에게 추천해주세요 (아래 구독하기 링크를 친구들에게 보내면 쉽게 추천할 수 있어요) 그리고, 답장은 언제나 환영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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