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냈어? 내 편지 완전 기다리고 있었지! 너한테 보낼 편지를 쓰는 시간은 항상 설렜는데 오늘은 더 설레는 중이야. 지금 완전 심장이 손가락에 있는 것 같아. 대뜸 너에게 첫편지를 보냈던 날처럼, 오늘도 대뜸 다시 찾아왔어. 그래도 지난번에 보냈던 짧은 쪽지가 내 나름의 예고편이었다! 이 편지를 보내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나무들이 옷을 갈아입고, 마을의 얼마나 많은 볏짚들이 묶여졌는지. 마을의 겨울나기를 나는 옆에서 거드는 정도였지만 그래도 젊은 피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는 평을 받았어. 우리 서점 베스트 셀러가 사실은 이 집 손주라는 말이 마을 어르신들 사이에서 돌고있대. 서점의 겨울나기도 꽤 만족스럽게 끝냈어. 배치도 조금 바꿔봤고 겨울 분위기 낸다고 이것 저것 가져와서 꾸몄었는데 이게 왜 과거형이냐면... 그래두 할머니한테 최종 컨펌은 받아야 될 것 같아서 사진찍어서 보냈거든. 할머니가 너무 조잡하다고 하셔서 다 땠어. 이건 조금 속상해. 내 미적 감각이 100년 뒤에는 통할 거라고 믿어. 내 한 달은 이랬는데 너의 한 달은 어땠어? 잘 지냈어? 사람들이 주고 받는 '잘 지냈어?'라는 네 글자 안에 상대에 대한 얼마나 많은 궁금증이 들어있었는지 내가 직접 진심을 담아 해보니까 알 것 같아.
오랜만에 보내는 편지의 첫 시는 따뜻했으면 좋겠어서, 이 시를 찾으려고 얼마나 많은 시집을 열어본지 몰라. 해가 지는것도, 달이 지는것도, 꽃이 지는것도. 왜 아름다운 것들은 지는 편인지.
사람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도전해서 이기는 것도 좋지만 도전 끝에 진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잘 받아들이면 그 시도가 아름답게 남는 것처럼. 아름다운 것들은 잘 지는 편이니까.
이번 편지 속에는 궁금증의 혁명을 가득 담아서 보낼게.
밥은 잘 챙겨먹고 다녔는지, 잠은 잘 잤는지, 혹여나 새벽에 너무 많은 생각에 잠겨 있었던 건 아닌지, 그 동안 너한테 일어난 좋은 소식은 없는지. 너무 궁금하다.
난 해가 질 무렵 유리창에 반사되어서 창가로 들어오는 겨울 햇빛을 좋아해. 괜히 마음이 따뜻해진단 말이야. 너를 향한 내 물음표들도 따뜻해질 수 있게 내 옆에서 예쁘게 이기고 있는 해의 파편도 함께 담아서 보낼게.
모쪼록 건강해야해. 안녕!
추신 : 오늘의 추천곡은 '최유리-살아간다'야. 꼭 너한테 들려주고 싶어서 첫 편지에 같이 보내려고 벼르고 있었다ෆ 잘 지냈나요? 리릭이 겨울나기를 준비하던 동안, 당신에게 있었던 얘기를 들려주세요. 리릭은 매주 수요일 6시 30분에 발송됩니다. 리릭이 마음에 드셨다면, 친구들에게 추천해주세요 (아래 구독하기 링크를 친구들에게 보내면 쉽게 추천할 수 있어요) 그리고, 답장은 언제나 환영이야. 시 출처 문학동네시인선 050 기념 자선 시집 <영원한 귓속말> 중 윤진화 시인의 코멘터리 <윤진화, 안부> |
시를 보내는 친구의 편지, 리릭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