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지금 할머니 책방이야. 갑자기 왠 책방인가 싶지? 할머니의 책방을 관리하라는 미션을 받고 시골에 파견된 지 벌써 12일째야. 정신없이 내려오느라고 말을 못 했다. 할머니 허리가 더 안 좋아지셔서 나도 급하게 내려왔거든.
다행히 할머니는 이제 괜찮아지셨어. 늘 당당하면서도 시원시원한 성격 덕분이신지, 병원에서도 벌써 인기쟁이가 되셨대! 할머니는 병원에서도 재밌게 보내시는 것 같은데, 난 조금 많이 심심해.
요즘 내 일상은 아침에 일어나서 할머니가 키우시는 꼬꼬 네 마리한테 밥 주고, 야옹이 미야한테 장난감 좀 흔들어주고, 책방 앞에 앉아서 지나가는 동네 사람들한테 인사하는 게 다야. 너무 심심해서 책방에 오시는 손님들이 안 가셨으면 하는 지경에 올랐어. 잠깐만 놀아달라고 바짓가랑이라도 잡고 싶어. 하지만 난 이제 어른이니까 그러지 않아.
그래서 손님을 잡는 대신 나는 책을 읽어. 시집 읽다 보면, 혼자 보기 아까운 시들이 너무 많더라. 너도 보면 좋아할 것 같아서 일주일에 한 편씩 편지에 담아서 보낼까 해.
앞으로 너한테 편지 쓰는 게 내 일주일마다의 낙이 되겠다.
이제 꼬꼬들 밥 챙겨주러 가야 할 시간 돼서 이만 줄일게. 내 밥시간은 놓쳐도 꼬꼬들 밥시간은 놓치면 안 돼. 그럼 안녕. 다음 주 수요일에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