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지난번에 보낸 편지 잘 봤어? 일주일 동안 별일은 없었지? 난 이번 주에 미야 털이 너무 많이 자란 것 같아서 한 번 잘라줬어. 미야가 가만히 있어줘서 어렵지는 않았는데 처음 하는 거라 고양이가 고먐미가 되어버렸다. 미야 미안 ㅎ.. 그리고 용감한 암탉 제임스는 알을 세 개나 낳았어. 꼬꼬들도 이제 내가 많이 편해진 것 같아. 다 할머니 쪽지 덕분이야! 내가 왜 편지를 쓰기 시작했는지 말했었나?
여기 전파가 잘 안 터지는 것도 있지만 한 가지 이유가 더 있어. 일단 이 시를 한번 봐봐. 난 윤동주 시인을 좋아해. 너도 좋아하니? 워낙에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시인이니까 나도 관심 있게 시집을 찾아보고 했었는데 그중에서도 이 시가 가장 기억에 남았어. 편지를 쓰기 전에 어떤 마음을 담아 보낼까 설레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 것 같아서 좋아. 편지라는 건 다른 연락보다 조금 더 특별한 것 같아. 편지를 쓰는 동안 그 시간이 받는 사람 한 사람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게 되고, 그러다 보면 마음이 애틋해져서 좋은 말 하나라도 더 해주고 싶고, 보낼 수 없는 하늘의 눈이라도 보내주고 싶고. 그렇게 마음이 깊어지는 것 같아. 시를 읽으면서 이런 생각들을 했었어. 할머니 책방에 내려와서 오랜만에 이 시를 보게 되니까 나도 이런 진심이 담긴 편지를 쓸 수 있을지 궁금해졌어. 그래서 네게 편지를 쓰기 시작한 거야. 막상 편지를 쓴다고 앉아있어 보니까 쉽지는 않더라. 그래도 요즘 편지를 받을 네 생각을 하며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할까, 반응은 어떨까 생각하다 보면 시간이 훌쩍 가. 너는 편지를 쓸 때 어떤 마음이었어? 혹시 받았던 편지 중에서 아직도 간직하고 있는 소중한 편지가 있니? 있으면 나한테도 네 이야기를 보내줘. 요즘 정말 여름이다! 매미 소리도 점점 잘 들리고 수국도 많이 피었더라고. 덥긴 하지만 한창 싱그러운 시기인 것 같아.
이 여름에도 수국이 가득 피었습니다. 흰 봉투에 초록 풀빛 한 줌 넣고 말쑥하게 그대로 편지를 부칠까요.
그럼 안녕, 늘 건강하고 행복해야 해. PS. 당신에게 가장 인상 깊은 편지는 무엇이었나요? 아래 링크에 사연을 보내주세요. 사연을 보내주신 분들 중 추첨을 통해 '리릭 편지지' 제공과 함께 부록에서 사연을 소개해드립니다. 리릭은 매주 수요일 6시 30분에 발송됩니다. 리릭이 마음에 드셨다면, 친구들에게 추천해주세요! |
시를 보내는 친구의 편지, 리릭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