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일주일에 네 번만 일하면 되는 어마어마한 일주일이야! 주 4일제 체험판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월요일에는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푹 쉬었어. 너는 어떻게 보냈어? 오늘은 마을의 몇 안 되는 중학생 친구 둘이 책방에 놀러 왔었어. 동갑내기 중학생들인데, 내 생각엔 둘이 뭔가 있는 것 같아. 둘이 학교도 다른데 맨날 같이 등교하고, 집에 올 때도 같이 오고, 우리 책방에 올 때도 둘이 꼭 같이 온다. 괜히 오작교 하고 싶어서 둘이 나란히 앉을 수 있게 책상, 소파 죄다 두 개씩 붙여놨어. 둘이 풋풋한 거 보고 있으니깐 내 첫사랑도 생각나더라고. 중학생 때 고백도 못 해보고 끝났거든. 오늘은 꼭 해야지, 아니다 내일 해야지. 어떤 날이 제일 좋을지 고민하다가 내 감정에 지쳐버렸어. 그렇게 내 첫사랑도 막 내렸던 것 같아. 자체 종료 어이없지. 나도 그래. 가끔 그 친구가 뭐하고 사나 궁금해. 근데 따로 찾아보지는 않았어. 그때의 기억과 감정은 그때의 그대로 두고 싶어. 첫사랑의 기억이 이렇게 은은하게 나를 따라다니는 건 어린 감정에 마침표를 찍지 못해서인가 봐. 그때는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을 잘 몰랐던 거 같아. 지구인들이 다 첫사랑을 해봐서 그런가, 첫사랑을 주제로 한 작품들은 항상 다른 모양으로 내 마음을 울려. 내 첫사랑은 모과와 닮은 것 같아. 그때 나한테 너무 소중했던 감정이라서 아끼고 아끼다가 썩혀버렸거든. 너는 어때? 너의 첫사랑은 어떤 모양을 하고 있어? 추신. “내가? 아니, 그렇지 않아요. 믿어줘요. 당신이 설령 무슨 일을 했건, 그동안 당신의 짓궂은 장난에 수없이 마음 아팠어도. Zinaida, 난 당신을 영원히 사랑하고 존경할 겁니다.”
러시아 작가 이반 투르게네프가 쓴 '첫사랑'이라는 단편소설 속 한 구절이야. 내가 좋아하는 구절이라서 너한테도 보여주고 싶어서 넣어. 추신 2. 오늘 시랑은 이 노래가 잘 어울리는 것 같아. '김사월-프라하'야. 같이 들어봐 ෆ 당신이 생각하는 첫사랑은 어떤 모양인가요? 아래 링크에 사연을 보내주세요. 리릭은 매주 수요일 6시 30분에 발송됩니다. 리릭이 마음에 드셨다면, 친구들에게 추천해주세요 (아래 구독하기 링크를 친구들에게 보내면 쉽게 추천할 수 있어요) 그리고, 답장은 언제나 환영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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