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점점 날이 선선해지는 것 같아. 여름이 가나 봐. 가끔 부는 바람이 시원해서 참 좋다. 거기도 요새 덜 덥지? 지난번에 내가 미야 털을 잘못 잘라줘서 고먐미가 되었잖아. 다음번에도 이러면 미야가 정말 나를 안 볼 거 같아서 예쁘게 잘라주려고 난 요즘 고양이에 대해 공부하고 있어. 너 고양이의 목숨은 9개라는 이야기 들어봤어? 옛날 영어 속담에 ‘고양이는 9개의 수명을 가졌으며. 3번은 놀고, 3번은 길을 잃고, 3번은 머물러 있다’는 말이 있다고 해. 고양이가 민첩하니까 항상 위험을 잘 피해 가서 생명력이 강한 동물로 여겨져서 그런가 봐. 우리 미야가 그렇게 신성한 존재라니! 그래서 미야를 딱 잡고 물어봤어. 너 지금 몇 번째 목숨이야. 그랬더니 미야가 귀찮다는 듯이 발로 날 밀어내고 가더라. 요새는 정말 내 말을 알아듣는 것 같아. 미야가 아직 털 잘라준 일 때문에 화나 있기는 하지만 사실 나랑 정말 친해. 책방에 사람이 없을 때같이 앉아서 멍하니 밖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게 정말 힐링이야. 부드러운 머리를 쓰다듬고 있으면 내가 미야를 많이 사랑하고 있구나 생각이 들어. 아마 다른 사람들도 다 같은 마음이겠지? 이 시를 읽을 때, 난 미야가 생각나. 나라면 미야의 꼬리를 어떻게 할까. 오지 않았으면 하는 마지막의 순간이 왔을 때, 나는 미야를 위해서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나는 그냥 미야가 행복했으면 좋겠는데. 미야가 다음 생에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알 수 있다면 좋겠다.
시의 말처럼 사람으로서 삶은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아. 견뎌야 하는 외로운 밤이 있고, 길게 싸워야 할 슬픔이 있고, 그 밤보다 더 외로운 인생이 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려동물을 만나 받았던 많은 기쁨들과 사랑들이 훨씬 커서 너도 다음 생에서는 그런 기쁨, 사랑 맘껏 하면서 살라는 마음에 꼬리를 잘라주는 것 같아. 그래서 슬픈 환생인가. 다음 생의 외로움을 알면서도 사람으로 사랑받으라고 빌어줄 수밖에 없어서.
이런 생각들은 결국 마지막에 후회하지 않도록 지금 더 많이 사랑하자는 결심에 닿지만, 그래도 한 번씩 나의 삶에 대해 돌아보게 해. 미야가 다음 생에 사람이 되고 싶을 만큼 삶을 잘 살아야지. 누군가에게 사람으로서의 삶을 추천할 수 있을 만큼 창피하지 않게 살아야겠다. 그런 다짐을 했어. 우리는 전생에 어떤 주인을 만나 어떤 축복을 받으며 사람이 됐을까? 만약 너라면 어떻게 할 것 같아. 너와 함께하는 반려동물이 다음 생에 어떤 삶을 보냈으면 하고 빌어줄 거니? 방금 미야가 울었어. 편지 쓸 시간에 놀아달라는 뜻인가 봐. 이제 미야 간식 챙겨주러 가야겠다. 너도 간식 꼬박꼬박 잘 챙겨 먹고. 잘 지내. 안녕, 나의 작고 귀여운 아기 고양이 ( ͡° ͜ʖ ͡°) ˗ˏˋ ♡ ˎˊ˗ 추신. 오늘 시랑은 이 노래가 잘 어울리는 것 같아. '잔나비 - 늙은 개'야. 같이 들어봐 ෆ 당신과 함께하는 반려동물이 다음생에 어떤 생을 보냈으면 하나요? 아래 링크에 사연을 보내주세요. 당신의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셔도 좋습니다. 리릭은 매주 수요일 6시 30분에 발송됩니다. 리릭이 마음에 드셨다면, 친구들에게 추천해주세요 (아래 구독하기 링크를 친구들에게 보내면 쉽게 추천할 수 있어요) 그리고, 답장은 언제나 환영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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