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잤어? 사실 내가 책방에서 졸다가 방금 깨서 물어봤어.

나는 매년 이맘때가 되면 잠이 많아져. 춘곤증 때문은 아니고 예전부터 3월이 되면 잠을 많이 자던 버릇이 지금까지 이어졌나 봐.

3월은 나에게 있어 잠이 가장 많이 오는 달이야. 예전부터 학교 갔다 와서 침대에 누워 있다가 자고, 밤에 또 자고, 아침에는 늦잠 자고 그랬거든. 왜 그랬냐면 일어나기가 싫었어. 나는 새로운 상황과 사람들 속에서 지내야 하는 게 많이 스트레스였거든. 당연히 설레는 마음도 있겠지만 학년이 바뀌고, 지내는 곳도 바뀌면서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해야 하는 것은 긴장되는 일이었고 나는 실수를 하진 않을까 항상 얼어있었던 것 같아.

그래서 매일 잠에 취해있었어. 나중에 알고 보니까 잠이 많아지는 것을 우울하다는 신호로 보기도 한다더라. 나도 모르는 새에 내가 처해 있던 상황을 피하고자 자고 있었나 봐. 일단 잠에 들고나면 만사를 잠시 다 잊고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까. 그때 당시에는 해야 하는 일이 있는데도 계속 잠에 드니까 답답하기도 하고 무기력하게도 느껴졌는데 아마 그 시간들이 없었다면 나는 스트레스에 무너져 내리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어.

신기한 건 4월이 되면 거짓말같이 시도 때도 없이 오던 잠들이 도로 떠나가. 내가 적응하는 시간이 아마 한 달 정도라는 이야기겠지. 어느새 친해진 친구들과 익숙해진 공간을 보고 있으면 언제 그렇게 긴장을 하고 있었나 생각이 들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