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왠지 모르게 들떠있는 일주일이야. 괜히 기분도 좋고, 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덜 힘든 것 같아. 제임스 모이 챙겨주는 것도 원래 힘들었는데 이번 주는 할만하더라니까.
내가 왜 이렇게 들떠있나 싶어서 마을을 둘러보는데 나만 들떠있는 게 아니더라! 이장님도, 방앗간 사장님도 평소보다 즐거워 보이셔. 아무래도 다음 주가 추석이잖아. 벌써부터 추석 준비를 한다고 다들 바쁘셔. 추석에 햅쌀을 쓰겠다고 정미소는 이미 풀가동 중이고, 떡집도 정신없어. 여기저기서 맛있는 걸 많이 가져다주셔서 덕분에 나도 호강 중이야. 마을 전체가 몽글몽글한 가래떡 위에 올라타있는 것 같아.
저번 주말에는 서점에서 나도 몇 번 뵌 적 있는 할머니 친구분이 찾아오셨어. 오랜만에 마을 들리신 김에 할머니 보러 오셨대. 할머니 근황도 전해드리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다가 할머니가 고등학생 때 무용수를 꿈꾸셨다는 걸 들었어! 할머니 친구들은 다 할머니가 무용수가 될 줄 알았대. 의외의 이야기에 놀라서 할머니한테 전화해서 여쭤봤더니 누가 말했냐며 호탕하게 웃으시더라.
할머니는 어렸을 때부터 무용을 하셨는데 어느 순간 옆에 있던 친구가 더 빛나 보이더래. 내 길이 아니라는 생각에 오랜 시간 동안 펑펑 우셨대. 어쩔 수 없이 공부를 시작하셨는데 책에 나오는 에펠탑이 너무 빛나 보여서 그래서 프랑스어학과를 선택하셨다고 하더라. 할머니 삶에서 프랑스는 빼놓을 수가 없는데 그 시작점이 되게 의외였어.
근데 막상 배워보니깐 너무 적성에 잘 맞아서, 장학생으로도 뽑혀 프랑스로 유학도 가시고 한국에 돌아오셔서 프랑스어 선생님도 하셨어. 서점을 여신 것도 프랑스에서 봤던 서점이 눈앞에 너무 아른거려 서래. 할머니가 그러시더라. 무용을 했던 것도, 그만둔 것도. 후회하지 않는다고. 내 인생에 전혀 후회가 없다면 거짓이지만, 지금 너무 행복하고 그때 최선의 선택을 냈을 본인을 믿는다고.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란 말을 많이 하잖아. 나는 우리 인생이 빅뱅과 같은 하나의 큰 폭발로 이루어진 게 아니라 작은 선택들로 이뤄진 것 같아. 그 선택들의 결정체가 나 자신이고, 빛나는 길을 따라간다기보다는 우리 자체가 하나의 길이 아닐까. 삶은 각자가 경험하는 첫 번째이고, 매 순간이 처음 마주하는 시간이니까 항상 맞는 길인가 불안해지는 것 같아. 모르는 길 속에서 어떻게 확신만 가지고 발을 내디딜 수 있겠어. 시에서처럼 잘못 들어선 길에서 이름 모를 꽃도 만나고, 새로운 하늘도 보고, 지름길도 찾을 수 있는 거니까 잘못된 길일까 봐 너무 불안해하지는 않으려고. 어떤 선택이든 결정을 하고 경험을 하며 걷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는 게 의미 있는 것 아니겠어? 요즘 저녁 하늘이 너무 예쁘더라. 네가 있는 곳도 그런지 궁금해. 오늘 석양은 어떠려나? 오늘은 어디에서 보고 있을지 궁금하다.
네가 편지를 열어 볼 때 예쁜 노을이 지고 있다면 좋겠다. 내가 보낸 선물이야. 눈에 예쁘게 담아서 간직해 줘. 항상 건강하고 행복해야 해. 메리 추석이야. 추신. 오늘 노래는 내가 아는 친구 중에서 제일 좋은 노래를 많이 아는 '윤시월'이가 시와 맞춰서 골라줬다! 너 맘에 들었으면 좋겠다. '42. 온 하늘이 새의 길이듯 삶이 온통 사람의 길이니. [𝑷𝒍𝒂𝒚𝒍𝒊𝒔𝒕]' 아래 링크에서 당신의 선택을 들려주세요 당신이 일상을 들려주셔도 좋답니다! 리릭은 매주 수요일 6시 30분에 발송됩니다. 리릭이 마음에 드셨다면, 친구들에게 추천해주세요 (아래 구독하기 링크를 친구들에게 보내면 쉽게 추천할 수 있어요) 그리고, 답장은 언제나 환영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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