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봉과 시 속의 명왕성은 같은 존재 같아. 나한테도 빙봉이 있었던 것 같은데, 기억나지 않는다는 건. 언젠가, 어딘가에서 내 빙봉은 나를 위해 내렸다는 거겠지? 나는 무엇을 위해 행복을 지워가면 살아가고 있는 걸까. 스스로에게 질문이 많아지는 날이면. 나조차도 나를 믿지 못하는 날이면. 내가 행복했던 날들이 단 하루도 없었던 것 같다? 그럴 때는 명왕성을 찾아가서 행복했던 기억을 뒤지며 행복한 기억을 빨리 찾으려 노력해. 너의 생각은 틀렸어!라고 말해주고 싶어서.
내 명왕성의 수많은 나의 파편은 오롯이 나의 행복을 바래주고 있지 않을까. 다정한 나를 기억하는 누군가, 매정한 나를 기억하는 누군가도 모두 결국 나의 파편들이니까. 나의 파편들만 모여있는 명왕성은, 얼마나 따뜻할까. 흑역사도 있어서 가끔은 민망하려나?
자꾸 알 수 없는 기분이 들어서, 오늘 되게 힘든 날이었는데 너한테 털어놓으니까 좀 나아진 것 같아. 맨날 너한테 걱정 같은 거 없는 것처럼 말했는데. 평소에 스스로를 다독였던, 또 내가 생각해둔 나만의 인생의 진리 같은 것들이 오늘은 안 통하네. 내일은 내일의 해가 또 뜨겠거니 생각하면서 그냥 오늘 하루를 마무리할래. 생각의 방 셔터 내렸어. 이제 생각 안 할 거야. 스스로에 대한 아쉬움과 불안함이 든다는 게 내가 아직 세상에 열정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정리하겠어.
나의 지구에서 잊힌 것들이 명왕성에는 그대로 남아 있겠지? 너에게 보내는 내 편지도 명왕성으로 갈 수도 있고, 나도 어떤 이에게 잊혀 이미 명왕성에 가있을 수도. 네가 명왕성에 날 보내도, 나는 너를 다정한 사람이라고 말하고 있을게. 그러니까 꼭 나를 다시 찾아와줘.
명왕성에 보낼 오늘 너의 파편은 따뜻했길.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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