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오늘은 내가 지정한 나만의 자체 휴일이었어. 날씨가 좋아서 손님이 없으면 책방 문을 닫고 동네 어디에든 나가 앉아 있으려고 했던 참이었거든. 하지만 나만 그런 생각을 한 게 아니었나 봐. 동네에 마실 나오시는 분들도 많다 보니 책방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도 많아져서 우리 책방도 완전 문전성시야. 책방에 활기가 도는 것 같아서 좋기도 하지만 나는 약간 아쉬워. 아주 약간... 정말이야..
책방에 찾아오시는 분들 중에는 종종 낯이 익은 분들도 있어. 보통 빌려 가시는 책으로 기억하곤 하는데 내가 좋아하는 시집을 빌려 가시면 괜히 내적으로 친밀감이 커져서 다음번에 다시 오실 때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더라. 책에 관해서 말을 걸어볼까 싶었지만 꾹 참았어. 그동안 믿어왔던 게 있거든.
전에 내가 들어간 동아리에서 친해지고 싶은 친구가 있었어. 말투에서 선함이 묻어 나오고 주변 사람들을 편하게 만들어주는 분위기가 좋아서 꼭 친해져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말을 재미있게 하는 편도 아니고, 낯을 가리기도 해서 마음만 점점 커져가고 있었지. 이러다 동아리 활동이 끝나는 건 아닐까 마음은 조급해지고, 시간만 흐르는 것 같아 애는 타고. 나는 결단을 내려야 했어. 내가 어떻게 했게.
그냥 기다렸어. 많이 시시하지? 근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억지로 친한 척을 하거나 궁금하지도 않은 걸 물어보는 일을 할 수는 없겠더라고. 설령 한다고 해도 어색해서 티가 나고, 그렇게 친해지면 원래의 내 모습이 아니니까 결국 지칠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그냥 기다렸어. 언젠가는 내 마음이 보일 때가 오겠지 하고. 그때부터 다른 생각은 접고 동아리 활동을 했어. 일부러 무언가를 보여주려고 하지도, 부담을 가지고 다 잘하려고 하지도 않았어. 대신, 누구보다 열심히 했던 것 같아. 모든 활동에 참여하고 내 할 일에 집중하고. 금방은 아니었지만 시간은 조금씩 그 친구와의 거리를 좁혀주더라. 함께 일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할 말이 생기고, 부탁할 일도 생기고. 신뢰가 쌓이면서 점점 서로가 익숙해질 수 있었어. 동아리 사람들과는 말할 필요도 없이 가까워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