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잘 지내지?

나는 요즘 한창 책방 정리 중이야. 한동안 책방을 비워서 먼지가 많이 쌓였거든. 새롭게 들어온 책들도 받아서 분류하고, 구석구석 정리하고 있어. 잠깐 쉬었다고 감을 잃었는지 이전 같으면 1시간에 마칠 일을 오늘은 3시간이나 걸렸다니까. 물론 중간에 잠깐 딴짓을 하기는 했어. 재밌는 걸 찾았거든.

책장을 옮기다가 할머니가 창고 구석에 두셨던 작은 박스를 발견했어. 이전에는 못 보던 박스라 청소하면서 열어봤더니 그게 편지 박스더라고. 할머니가 어릴 적부터 친구나 가족들이랑 주고받았던 편지를 다 넣어놓으셨어. 이사 간 친구랑 주고받은 편지부터, 할아버지가 여행 가서 사 온 엽서에 적어 보낸 편지, 같은 반 친구가 연필 빌려달라고 하는 쪽지까지.

사소한 대화들도 다 남아있어서 편지를 읽다 보면 할머니의 주변 사람들이 눈앞에 보이는 것 같아. 할머니와 취향이 비슷했던 동기, 마음이 따뜻한 할아버지, 덤벙대는 친구. 편지에는 쓰는 사람이 담겨서 글만 봐도 누구인지 알 수 있다고 하잖아. 내가 보내는 이 편지도 그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