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냈어?

나는 감기 때문에 좀 힘들었어.

감기에 한 번 걸리면 오랫동안 달고 사는 사람이라서, 늘 환절기에는 주의했는데 잠깐 닭장 청소한다고 나가있던 사이에 걸렸나 봐. 두껍게 잘 챙겨 입을걸.

책방 문 연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 책방에서 나는 유일한 종업원이자, 사장이니깐 내가 날 잘 돌봐야겠다는 생각에 잠깐이라도 푹 쉬기로 했어.

입구에 ‘감기에 걸려서 잠깐만 쉬어가요, 급한 용무는 노크해 주세요’라고 걸어두었더니, 오며, 가며 동네 사람들께서 다 보셨나 봐. 얼른 먹고 나으라며, 검은 봉지에 담긴 귤부터, 작두콩 차, 김치 등 가지 각색의 응원 물품을 가져다주셨어. 아픈 것도 따뜻한 일이 될 수 있나 봐.

가져다주신 작두콩 차를 한 잔 내려두고, 이불을 덮고 누웠어. 잠깐만 자려고 했는데, 눈 떠보니 금방 밤이더라. 해가 짧은 걸 보니, 겨울이 다 왔어.

당겨쓴 잠 덕분에 길어진 밤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하다 새로운 시집을 꺼내들었어. 읽은 것들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시를 보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