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또 일주일이 지났네. 이번 일주일은 어땠어? 내 일주일은 말이야 되게 가벼웠어. 가볍기 위해서 노력했다고 하는 게 더 맞는 거 같아. 어떤 생각들이 떠오를 틈도 없게 일상에 집중했어.
그냥 눈앞에 있는 일들을 해결하고, 여유가 생기면 책방에 있는 책도 펴서 읽고. 머릿속에 생기는 빈 공간들을 활자로 채워보려고 했어! 생각보다 꽤 괜찮아서 놀랐다?! 어쩌다 이런 현상이 일어났냐면 정말 오랜만에 동네 친구를 마주쳤었어. 밀린 이야기들을 하다가 고민을 들어주고 있는데 친구가 나한테 너는 별일 없었어?라고 묻는 거야. 순간 진짜 말을 잃었다? 그냥 모르겠다고 대답해버렸어. 편지에 쓴 것만 해도 수많은 날들을 감정에 빠져 허우적 거렸잖아. 근데 막상 지금 와서 되돌아보니까 나를 괴롭혔던 감정이나, 고민들은 없어지고 그때의 고민하던 내 모습만 남아있더라. 심지어 그 모습들을 내가 예쁘게 포장해 놨었나 봐. 고민들이 들여다보려는데 잘 보이지도 않았어. 지금의 내가 기억을 열어봤을 때 덜 아프라고 그때의 내 모습을 내가 꽤나 고생하면서 포장했나 봐. 나를 괴롭혔던 게 정확히 어떤 것들이었는지 대답하지 못하는 나를 보며 지금까지 나는 나조차 모르는 실체에 두려워하면서 스스로를 괴롭힌 게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
요즘은 휘몰아치는 폭풍우가 다가올 때면, 내가 덜 다칠 수 있게 에어백을 설치하는 중이야. 나마저 스스로의 적이 되기에는 이겨내야 할게 너무 많은 세상이잖아? 폭풍우 속에서 배울 것 만 꺼내서 얼른 빠져나오려 해.
이번 시는 모든 구절들이 맘에 들어. 그래서 꼭 보여주고 싶었어. 특히 '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 저 안에 초승달 몇 날 '. 이 구절들을 읽다 보면 우리가 보낸 수많은 낮과 밤의 시간들로 우리가 온전히 이뤄진 것 같아서 괜히 든든한 마음이 든다? 내가 낮의 버스를 타고 창문 밖을 내다보며 새삼스럽게 행복함을 느꼈던 이른 아침도, 창문을 열어놓고 생각에 빠졌던 초여름의 밤도. 해냈다는 성취감에 기뻐했던 어느 날의 나도, 끊임없는 우울감과 열등감에 잠을 이루지 못했던 새벽의 나도. 다 내 안에 남아 있는 것 같아서, 내가 일상에서 느꼈던 모든 감정들, 수많은 모습들의 내가 항상 나와 함께해 주는 것 같아서. 너와 내가 주고받았던 문장들까지도. 너한테 편지를 쓰는 이 시간도! 우리는 오늘 또 세상과 어떻게 통했을까? 추신 1. 내가 요즘 좀 입맛이 어른스러워졌거든. 이젠 갈비찜에 들어있는 당근도 먹을 수 있고, 마늘은 입에도 안 댔는데 슬슬 먹어보기 시작했어. 말린 대추랑도 엄청 데면데면한 사이거든? 근데 요즘 당근, 마늘이랑 친해져서 이상한 자신감이 생긴 거야. 말린 대추랑 친해져 보려고 이번에 시도해 봤는데 역시나 아직 거리를 좀 둬야 될 것 같아. 추신 2. 오늘은 그냥 내가 좋아하는 노래 같이 듣고 싶어. '장제헌 - 우리는 어디 쯤에 있을까 (feat. 다린) ' 이야. 너 마음에도 들었으면 좋겠다ෆ 아래 링크에서 당신의 일상을 들려주세요 아니면, 가볍게 좋아하는 과일 얘기를 나눠도 좋습니다 리릭은 매주 수요일 6시 30분에 발송됩니다. 리릭이 마음에 드셨다면, 친구들에게 추천해주세요 (아래 구독하기 링크를 친구들에게 보내면 쉽게 추천할 수 있어요) 그리고, 답장은 언제나 환영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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