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이렇게 인사를 한지도 벌써 두 달이 지났네.
처음 편지를 보내면서 어색해 하던 게 어제 일 같은데 그런 시간이 무색하게도 많은 이야기를 한 거 같아. 매번 책방에 같이 오던 풋풋한 친구들, 반려묘 미야 이야기, 잠이 오지 않았던 밤, 우리 그새 명절도 같이 보냈네. 이러니저러니 해도 시간은 그렇게 갔나 봐.
요즘 마을 전체가 겨울나기를 준비하는 중이야. 아직 겨울이 오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남긴 했지만 미리미리 준비를 해두어야 하거든. 마을에 어르신들이 많이 계셔서 미리 대비해두지 않으면 위험하니까. 집에 바람 새는 곳은 없는지, 보일러는 잘 돌아가는지 확인하고 나무들 춥지 말라고 덮어줄 옷도 떠주어야 해.
이번에는 청년 회장이랑 이장님네 딸이랑 나랑 셋이 마을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겨울나기 준비를 도와드리기로 했어. 원래는 청년 회장 혼자 하던 건데 내가 왔으니 올해는 같이 하자고 하더라. 집집마다 문이랑 벽 바람 새는 거 막고 나무들 옷 입히고 하려면 좀 힘들긴 할 것 같아서 요새 집에서 팔굽혀펴기 5개씩 하고 있어. 체력을 늘려놔야지.
그거 다 마치면 다 같이 우리 책방에 와서 책들 정리도 도와준다고 했어. 겨울에 눈 내리고 춥기 전에 책들도 좀 들여다 놓고 헌책 정리도 한번 해야 하거든. 사실 그래서 같이 간다고 한 것도 약간 있어. 아주 약~~간 (☞ ͡° ͜ʖ ͡°)☞
그래서 하려는 말은 아무래도 한동안은 편지를 못 보낼 것 같아. 책방 문도 닫고 떠나야 하는 대장정이거든! 길지는 않을 거야. 금방 돌아올 테니 행운을 빌어줘!
이제 수요일에 내 편지가 안 온다고 하면 네가 너무 슬플까. 오 쓰다 보니까 내가 슬퍼지긴 했는데 괜찮아. 한번 이겨내볼게. 아마 네가 잘 지내고 있다 보면 내가 어느새 돌아와서 편지를 보내고 있을 거야.
그동안 내가 보낸 시들이 네게도 와닿았을까 궁금하다. 서툴렀던 편지가 이제 조금은 나아졌을까. 네게 힘이 되고는 있을까. 꼭 지금이 아니더라도 언젠가 아주 나중에 네가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 이 편지를 꺼내보면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항상 편지를 썼었어. 힘내라고 하는 사람보다는 그냥 곁에 있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생각처럼 됐을지는 잘 모르겠다. 편지를 보내는 수요일은 나에게도 특별한 날이었어. 내가 평소에 좋아하던 시들을 담아서 보내는 거지만 네게 보내려고 시를 다시 보고 쓰면서 전에는 해보지 못했던 생각, 감정들을 가질 수 있었거든. 나도 시가 더 좋아진 것 같아. 고마워.
나 역시도 편지를 잠시 쉬는 게 아쉬워서 여기 마음 하나를 두고 가려고. 진심이 진심으로 닿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 생각해. 내가 보낸 마음을 온전히 네가 받을 수 있다면 그건 큰 행운이야. 편지를 쓰는 나는 운이 참 좋은 사람인가 봐.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네게 보내는 마음은 항상 하나 가운데 하나인 마음이었어. 편지에 눈을 담아서 보내고 싶은 마음처럼. 늦여름의 말린 능소화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처럼. 너의 밤이 길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처럼. 그러니 조금만 기다려줘. 네가 그럴 거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나를 잊으면 안 돼! 너를 닮은 낙엽을 찾아가지고 금방 돌아올게. 안녕, 잘 지내야 해. 추신 1. 이러니까 진짜 무슨 멀리 이별하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
구원찬-슬퍼하지마 아래 링크에서 리릭에게 전달하고 싶은 당신의 마음을 들려주세요. 당신이 받았던 가장 소중했던 마음을 들려주셔도 좋습니다! 겨울나기를 위해 리릭을 잠시 쉬어갑니다. 곧 돌아올게요. 다음 주 부록에서, 지난 리릭 편지를 볼 수 있는 아카이빙 페이지 링크를 보내드립니다. 리릭이 잠시 쉬어가는 동안, 당신의 소중한 친구들과 리릭 편지를 보면서 기다려주세요! (아래 구독하기 링크를 친구들에게 보내면 쉽게 추천할 수 있어요) 그리고, 답장은 언제나 환영이야. |
시를 보내는 친구의 편지, 리릭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