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읽고 꽤 오래 나는 무엇을 사랑하는 건지 생각하고 있어.
너는 무엇을 사랑하는 것 같니?
사랑을 사랑한다는 말은 참 유정한 것 같아. 당신을 사랑하는 일보다 당신의 사랑을 사랑하는 일에는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니까. 사랑한다는 표현도 좋지만 무언가를 보고 내가 좋아할 것 같아서 생각났다는 말이 더 따뜻하게 들리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인 것 같기도 해.
아직 나는 '사랑'을 사랑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 좋은 곳을 가거나, 맛있는 것을 먹을 때 사랑하는 사람들이 생각나긴 하지만 민망하게도 그런 경우가 자주 있지는 않거든.
대신에 나는 '안녕'을 사랑하고 있는 것 같아.
언젠가 들은 이야기인데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에는 밥은 먹었는지 묻는 것, 잠은 잘 자는지 묻는 것, 아픈 곳은 없는지 물어보는 것들도 있다고 하더라. 누군가의 안녕을 빌어주는 일도 사랑의 다른 모습인가 봐. 그래서 나는 소원을 빌 때 가장 먼저 나를 둘러싼 사람들에 대한 것을 빌어. 밥을 잘 챙겨 먹기를, 꿈도 꾸지 않고 잘 자기를,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내가 안녕을 사랑하는 만큼, 안녕이라는 말은 나에게 의미가 커. 전부 담지는 못하지만 유정한 마음들이 들어있거든. 아무도 모르게 인사 같은 말속에 마음을 한 움큼씩 담아두고 있었어. 너한테만 얘기한 거니까 비밀이야, 알겠지?
들어줘서 고마워.
너에게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생각이 많이 정리된 것 같아. 내가 무엇을 사랑하고 있었는지 이제 조금 알겠어.
네가 무엇을 사랑하는지도 들어보고 싶다. 괜찮으면 나에게도 꼭 알려줘.
그럼 또 편지할게.
잘 지내고 안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