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입춘이 지난 오늘이야. 봄이 오는 게 좀 느껴지니?
나는 지난주에 책방에 놀러 왔던 친구랑 같이 밥을 먹으러 나가려다 봄이 오고 있구나를 처음 느꼈어. 나는 롱패딩으로 꽁꽁 싸매고 있는데 친구는 코트를 입고 왔더라고. 친구가 이제 슬슬 안 춥다는 이야기를 해서 ‘그래, 봄이 왔구나. 내가 아직 몰랐네.’ 하고 밖으로 나간 순간, 친구가 ‘아직 춥네...’라고 말해서 빵 터졌어.
시간이 정말 빠르다. 점점 겨울이 길어져서 그런가 봄을 기다리는 일이 멀게만 느껴졌는데,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또 어느새 봄이 코앞까지 다가왔어. 매년 돌아오는 봄이지만 나는 조금 설레. 포근해지는 날씨와 가득가득 들어찬 꽃들을 생각하면 나도 생기가 넘치는 것 같은 느낌이거든. 뭔가 나도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되는 그런 느낌.
봄은 단순히 겨울과 여름 사이의 계절로만 설명할 수는 없는 것 같아. 어떠한 시기보다는 따뜻함 그 자체로 많이 느껴지니까. 봄에게 따뜻한 느낌이 드는 이유는 기온이 따뜻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나는 해가 길어지는 시기라서 그런 것도 있는 것 같아.
밤은 아름답지만, 아무래도 혼자인 시간이 많고, 조용하다 보니까 내 안의 적나라한 소리나 상처들을 마주하게 될 때가 많잖아. 해가 길어지면서 그런 우리들을 포근하게 감싸주는 시간이 점점 많아지니까 유독 봄을 따뜻함으로 생각하는 게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봄은 시간을 타고 오기도 하고, 사람을 타고 오기도 하는 것 같아.
너는 봄이 온다는 걸 언제 느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