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잘 자고 있으려나. 난 오늘따라 잠이 잘 안 온다. 시골 공기가 좋아서 그런지 요즘 베개에 머리만 붙이면 바로 꿈나라행 급행열차 탔었거든, 오늘은 놓쳤다.
편지를 쓰다 보면 잠이 좀 오지 않을까 해서 낯선 시간대에 펜을 잡아봤어. 밤에 편지를 쓰니까 느낌이 또 엄청나게 달라. 너도 알지. 잠에도 골든타임 있어서 지나면 잠들기 힘든 거. 오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이 내 골든타임을 뺏어갔어. 별일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니고, 그냥 누웠는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드는 거야.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게 맞는 걸까, 난 무엇을 좋아할까, 좋아하는 것만 하고 살 수 있을까. 누구도 해결하지 못할 질문들이 계속되고 있어. 지금 기분은 불투명한 유리창으로 파란 하늘을 보고 있는 기분이야.
이런 밤들이 지치는 건, 지금 내가 하는 고민이 내일 아침이 되면 희미해져 버리는 것 같아서야. 내가 한 고민, 아픈 시간, 내가 고민하는 사람이라는 것까지 누구도 알지 못하고 잊히는 것 같아. 나조차도 내일 아침이면 내가 고민했던 것들을 잊어버리니까. 이런 생각이 들 때면 새벽의 내가 너무 외로워 보여.
어쩌면 나는 평생 내 외로움과 싸우고 있는 게 아닐까 싶었는데 어딘가에 또 치열하게 자신의 외로움과 싸우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걸 아니까 좀 낫더라. 시를 읽을 때 마음이 편해지는 건, 어딘가에서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시간을 보냈던 사람이 있다는 걸 깨닫게 해주기 때문인 것 같아. 원래 같은 고민을 한 사람을 만나면 위안이 좀 되잖아. 나랑 닮은 모양의 시를 읽다 보면 그렇게 조금씩 위로가 되는 거 같아. 오늘 밤의 시는 내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못했어도, 내 고민의 두루마리를 잘라내줬어.
너도 잠 못 드는 밤이 있겠지? 끊임없이 스스로를 의심하는 질문들이 우리를 더 외롭게 하는 것 같아. 이래도 맞고, 저래도 결국 맞으니까 우리 너무 지치지만 말자. 내가 보내는 편지도 언젠가 네가 잠 못 드는 밤을 보낼 때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 오늘부터 다시 1일이야. 이렇게 또 가을이 왔네. 늦여름 능소화를 예쁘게 말렸는데 너한테 보여주고 싶다. 요즘 뭐 하고 살아. 너의 일상 이야기도 궁금하다. 시시콜콜한 이야기, 무거운 이야기 다 말해줘. 기다릴게. 그럼 안녕, 건강해야 해. 추신. 오늘 시랑은 이 노래가 잘 어울리는 것 같아. '이소라 - amen 이야' 아래 링크에 당신의 고민, 일상 등의 이야기를 편하게 들려주세요 일상, 시시콜콜한 이야기, 무거운 이야기 뭐든 좋습니다. 리릭은 매주 수요일 6시 30분에 발송됩니다. 리릭이 마음에 드셨다면, 친구들에게 추천해주세요 (아래 구독하기 링크를 친구들에게 보내면 쉽게 추천할 수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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