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냈어?

더 오랜만에 보니까 더 반갑다. 별일 없었지?

이젠 정말 봄이야. 어디쯤 오고 있나 하던 계절이 이제 막 도착한 것 같아.

이럴 때 감기 걸리기 쉬우니까 항상 조심해!

요즘 책방에는 아주 흥미진진한 일이 벌어지고 있어서 매일매일 문을 여는 게 즐거워.

어떤 일인지 알려줄게.

우리 책방은 보통 오는 분들이 정해져 있어. 마을 입구에 있어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종종 들리긴 하지만 마을 안에 있는 사람들은 밖으로 나가는 일이 아니면 우리 책방을 굳이 찾아와야 하거든. 그렇다 보니 마을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 우리 책방을 찾아오는 분들은 내가 얼굴을 모두 외우고 있어.

그런데 얼마 전부터 책방에 낯선 어린이 손님이 계속 찾아오고 있어. 자주 보던 얼굴이 아니라서 잠깐 들렸나 했는데 거의 매일을 오더라고. 아무리 책을 좋아하더라도 매일 오는 건 쉽지 않은데 말이야. 호기심이 생겨서 유심히 지켜보기 시작했지. 책을 사거나, 책방을 나갈 때 조금씩 아는 체를 하며 기회를 보다가 드디어 어제 ‘요즘 책방 열심히 오네?’ 하면서 말을 걸었어. 낯을 많이 가리는 친구인지 처음에는 어색한 눈치더니 옆에 앉아서 조금 이야기하니까 금세 긴장을 풀더라고. 그 모습이 아주 귀여웠어.

갑자기 책방에 자주 오는 이유를 물었더니 좀 부끄러워하다가 말해줬어. 이야기를 듣자 하니 학교에서 좋아하는 친구가 생긴 모양이야. 같은 반에 있는 아이인데 자기가 낯을 하도 많이 가려서 말도 제대로 못 붙이고 있었대. 근처를 서성이기만 하다가 우연하게 다른 친구들과 다 함께 이야기할 기회가 생겼는데, 그때 들어보니 좋아하는 아이가 책 읽는 게 취미였다는 거지. 자기는 책에 대해 아는 게 없어서 누군가 책에 대해 물어보면 어쩌나, 나는 아무것도 대답을 못할 텐데 하며 땀을 삐질 흘리다가 그런 모습을 들킬까봐 더 있지도 못하고 금방 자리를 피했나 봐. 그게 너무 부끄럽고 아쉬운 나머지 그 길로 우리 책방에 매일같이 오기 시작한 거고.

너무 기특하고 귀엽더라. 좋아하는 아이랑 이야기하고 싶어서 관심에도 없던 책방을 매일 온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잖아. 그 결심이 오래가지는 않더라도 자신의 모습을 부끄러워하면서 바뀌려고 노력했다는 점에서 정말 의미 있는 경험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어.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이토록 자신을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드나 봐.